디지털 다이빙/Return of the Obra Dinn

[스포無] Return Of The Obra Dinn 리뷰

츤곰 2022. 10. 20. 23:44

※본 글의 가독성은 PC에 최적화 되었습니다※

본 글은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의 스포일러를 제외한 인게임 플레이 구성 살펴봅니다. 

게임의 치명적인 스포일러와 자세한 게임에 대한 분석은 다른 글에서 진행됩니다. 

이미 플레이 해보신 분은 해당 글, 게임 구매를 망설이시는 분들은 본 글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어느 날 실종된 오브라 딘 호의 기적적 귀환, 그러나 배 위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흔적이 다분한데...
저는 해보지 않은 게임은 절대 절대 절대 리뷰하지 않습니다!!!

 

#스토리 : 당신은 이 게임에서 무슨 역할인가?

당신은 본 작품에서 동인도 회사 런던 사무실 소속의 직원이다. 

게임 상 1807년, 영국에서 대만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행방불명 되었던 '오브라 딘 호'가 4년만에 다시 세상에 나타난다.

그러나 발견된 오브라 딘 호의 생존자는 0명이었으며 선박 역시 영락없는 유령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러분은 사건의 전말을 조사하고 탑승했던 사람들의 보험금을 책정하는 임무를 부여 받고 오브라딘 호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모로코에서 '헨리 에반스'라는 인물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자를 보내기까지 한다. 

 

대체 이 선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를 알아내는 것은 플레이어, 당신의 몫에 달렸다.

유저는 소량의 정보를 제공받은 뒤, 주인공은 누군가와 조금 대화를 나눈 후 바로 오브라 딘 호에 탑승한다

#그래픽 : Papers, Please 제작진, 루카스 포프의 돋보이는 아트워크

게임을 처음 볼 때 우선 그래픽이 확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페이퍼 플리즈 제작을 담당했던 루카스 포프(Lucas Pope)의 후속작인 만큼 그래픽도 어느정도 비슷하게 뒤따라가고 있다.

본 작품에서 더 돋보이는 점은 오브젝트와 등장인물을 비롯한 모든 것이 흑백으로 처리되어있다는 점이다.

이는 유저로 하여금, 현실과 분리되어 있는 새로운 공간 속에 있는 기분을 주고 온전히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몰입감과 함께 이 선택은 사망자의 신원을 파악해야하는 게임의 주 목적을 달성하는데 큰 어려움을 주는 장애물이 된다. 

물론 이 장애물이라는 표현은 게임의 적절한 난이도 조절의 역할을 담당하는 긍정적 표현임을 밝힌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추리가 핵심인 본 작에서 혹여나 플레이어가 헤메게 된다면, 배 위를 맴돌며 찾지 못한 단서는 없나 이곳저곳을 뒤지고 골머리를 앓게 된다. 이 때, 흑백 그래픽이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는 답답함과 시너지를 일으켜 꽤 피로감을 준다. 다만 게임의 플레이타임이 그닥 길지 않다는 점에서 큰 단점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전 작품 페이퍼 플리즈(우)에서도 돋보였던 독특한 그래픽이 한 층 더 독특해져 이제는 오로지 흑백으로만 구성되었다

#탐색형 어드벤처 : 신기한 회중시계로 오브라 딘 호의 시간을 넘나들자!

필자가 장르라는 틀에 게임을 가두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리뷰의 특성상 굳이 나눠보자면 추리 + 탐색형 어드벤처라 하겠다.

플레이어는 헨리 에반스가 보낸 시계를 이용해 오브라 딘 호에 있는 시체들과 상호작용 할 수 있다.

상호작용을 하면 해당 사망자가 왜 죽었는지 유추할 수 있도록 그 장면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된다.

여기서 핵심은 [ 장면 ] 으로 이동한다는 것. 사망자가 죽었던 시간으로 이동할 지 언정 든 것이 정지된 상태의 세계로 이동하게된다.

 

우리는 '오브라 딘 호'라는 공간은 제약받지만, 1804년~1807년 사이 '오브라 딘 호의 시간'에는 제약받지 않는다.

헨리 에반스가 보낸 박스에는 시간이동이 가능한 회중시계가 들어있었다

#추리 미스터리 : 시계가 보여주는 장면을 통해 60명의 사망자 신원을 파악하자!

오브라 딘 호의 진상을 파악하는 목적은 좋다. 그래서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결론만 말하자면 '배 위에서 숨을 거둔 이들이 어떻게 왜 명을 다했는가?'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게임의 궁극적 목적이다.

플레이어는 이 목적 하나만을 가지고 배 위에서 이 시체도 쑤셔보고 저 시체도 쑤셔보고 저 쪽 시간대도 날아갔다 와보고 이 쪽 시간대도 날아갔다 와보고 열심히 추리를 하게된다.

 

마치 수사팀의 반장이 된 것 마냥 꼼꼼하게 단서를 찾고 정확한 물증이 없어도 심증이나 소거법으로만 답을 찾아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마치 미제 사건을 풀어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누가 범인인가? 살해한 도구는 무엇인가? 같은 단순한 범위를 벗어난 이 추리 경험은 굉장히 짜릿했으며 작품의 게임성을 높히는 지대한 요인이 되었다. 

리뷰에서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착한 튜토리얼

#시스템 : 단순한 추리 게임은 아니다. 상당히 녹록치 않은 과정과 도달한 결론의 짜릿함

그렇다면 핵심인 추리 시스템은 어떻게 굴러가는가?

신원 확인과 사인 밝히기가 거의 90%를 차지하는 게임인 만큼 굉장히 디테일하게 정답을 맞춰야만 한다.

[ 60명의 인물 중 누가? ]

[ 어떻게? ]

[ 다른 매개체의 간섭으로 죽었다면 60명의 인물과 동물, 괴물 중 누구한테? ]

이 모든 것을 다 맞췄을 때 우리는 해답을 인정받을 수 있다. 게임 난이도가 꽤 빡빡한 원인의 50%를 차지한다.

나머지 50%는 앞서 언급했듯이 정확한 물증이 남아있지 않거나 소거법으로만 맞춰야하는 경우. 이런 부분에서 눈썰미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꽤 난이도가 수직상승할 것이다.

 

만약 60명 중 3명의 정답을 밝혀낼 경우 제출했던 답안이 수정불가 상태가 되면서 정답처리가 되어버린다. 

이 때 들려오는 두둥! 하는 SE가 사람 마음을 참 짜릿하게 만든다. 오!! 씨1발 맞췄다 대박!!!

 

물론 꼼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출한 2명 분의 답안이 100% 확실할 경우 나머지 1명의 답을 돌려막기로 찍어 맞출 수 있다는 점은 추리 게임에 있어서 굉장한 허점이다. 다만 그럼 꼼수를 부린다는 것 자체가 진짜 게임 진행이 답도 없이 막혔거나 본인 스스로 재미를 포기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과연 단점인가는 의문.

처음 사체를 발견하게 되면 유저의 명부에 새로 등록된다, 비어있는 신원과 사인을 채우는 것이 핵심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누구한테] 죽었는지 싹 다 맞춰야한다

#시스템 : 게임 플레이 도중 자연스레 깨닫게 되는 오브라 딘 호의 진실

오브라 딘 호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어려운데는 당연 인물의 신원 파악과 사인 분석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시간 순서가 굉장히 꼬여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배 위에서 벌어진 일을 찾기 위해 시계를 통해 그 사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간 이동을 하게 된다.

다만, 이 시간 이동이라는 것이 젠틀하게 1장부터 2장,3장 순서대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날아간 시간대가 6장일 수도 있고, 8장 후반일 수도 있으며, 또 갑자기 2장 초반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5장에서 처음 마주친 홍길동이라는 인물의 비밀이 한참 뒤에 3장 초반으로 날아가야 홍길동이라는 이름을 밝힐 수 있고, 또 한참 뒤에 7장으로 가서야 왜 죽었는지 알아 낼 수 있다는 식이다.

 

이렇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 시간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게임을 쉽게 클리어하는데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이 과정에서 시간 순서로 일어난 일들을 정리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오브라 딘 호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가? 즉, 게임의 스토리를 파악하는 과정으로 변모한다. 

 

게임의 스토리를 간접적으로 제공하지만, 게임 플레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공된 스토리를 해석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에 우리는 즐겁게 추리도 하면서 게임의 내용도 머릿속으로 이해하게 되는 선순환의 과정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60인의 비밀을 맞추고 선상의 진실을 전부 파헤치게 되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이 게임 정말 재밌었다라고 돌이켜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어 유저들의 머릿속에 각인된다.

대체 그곳에는 무슨 일이? 라고 묻는다면,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사운드 : 대단하지는 않지만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리는 명품 조연

개쩌는 OST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플레이어가 추리를 하고 오브라 딘 호라는 장소에 직접 가 있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게 되는 요소에는 사운드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게임 속에 은은하게 깔리는 BGM도 명품이지만, 이 작품은 적재적소에 활용되는 자잘한 효과음(SE)들이 그 맛을 배로 해주는 것 같다. 앞서 언급했던 정답 맞췄을 때 나오는 효과음이라던지, 총격전 장면에서 총격 소리와 함께 장면 전환되는 순간 재생되는 효과음.

순간순간 마주하는 충격적인 장면들이 더 인상깊게 다가올 수 있게 도와주는 조미료같은 존재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https://url.kr/m4j8fd

선상에서 벌어진 참혹한 일을 마주했을 때, 그 음산함을 배로 해주는 좋은 OST들로 무장하고 있다.

#이모저모 : 인게임 디테일 좋다, 근데 잔인함도 디테일하다

여담으로 몇가지 이야기 털어보겠다.

 

인게임 등장인물의 대사 처리가 상당히 디테일하다. 영국식 발음, 인도 억양같은 것들이 전부 디테일하게 녹음되어 있어서 본인이 그런 것들을 구분하는 능력자라면 단서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

 

60명이 싹 다 죽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죽음에 대한 묘사 역시 꽤나 디테일하다. 총에 머리가 터진다던지 죽창에 가차 없이 찔린다던지.. 흑백 처리기 때문에 고어까지는 아니지만 비위가 약해 해당사항에 거부감이 있다면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

그리고 은근 음산하다. 필자는 아는 지인과 같이 머리를 맞대고 깨서 할만 했지만 솔직히 방 불 끄고 혼자 했으면 은근 분위기에 압도 되었을 것 같은...그런 느낌. 그렇다고 공포 게임까지는 아니다. 내가 쫄보다 미안하다

 

의외로 멀티엔딩이다. 정답을 등록한 인물의 수에 따라 엔딩이 바뀌는 형식.

스포일러라기에는, 엔딩을 보기 전에 진짜 끝낼거냐고 물어보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다 맞추고 게임을 끝낼 것이다

차가운 바다에서 쓸쓸히 눈을 감았을 그들을 위한 당신의 마지막 손길

#마무리 : 게임으로 즐기는 영화, 2018년 말미를 화려하게 장식한 명작 추리물

개인적으로 추리, 미스터리 장르는 잘 만든 작품을 찾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미 수 많은 게임을 구워먹고 삶아 먹었던 우리들은 항상 신선한 충격을 원하고, 정말 그 신선한 충격으로만 승부해야만 하는 추리 장르는 게임성으로 보나 작품성으로 보나 본전 찾기 참 힘든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은 정석을 벗어난 그래픽, 죽음을 쫓아간다는 설정과 이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비틀어버린 시간의 흐름. 분위기에 잡아먹히는 느낌을 주는 몰입감. 다양한 장점으로 무장하여 유저를 즐겁게 해준다. 

영화는 만원, 방탈출 카페는 이만원을 웃도는 요즘, 오브라 딘 호의 가격인 20,500원은 충분히 혜자스럽고 아깝지 않은 가격대라고 생각한다. 

하루 날 잡고, 방구석에서 탐정이 되고 싶은 날, 영화같은 몰입감의 게임을 진득하게 즐기고 싶다면?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은 틀림없이 당신에게 좋은 선물이 되어 다가갈 것이다. 

 

게임으로는 5점 만점에 4.4점 

작품으로는 5점 만점에 4.3점 

수작~명작 사이 정도로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작품이다. 

충분히 예술성으로도 모난 곳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고평가하며 이번 리뷰를 마무리하겠다.

 

모험과 비극의 항해 일지를 펼쳐 당신의 힘으로 진실을 기록해주세요

오늘도 내일도 좋은 게임들과 함께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