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Century Game Archive

디지털 다이빙/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스포有] 파이어 엠블렘 에코즈 리뷰

츤곰 2022. 12. 3. 23:57

※본 글의 가독성은 PC에 최적화 되었습니다※

본 글은 파이어 엠블렘 에코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내용은 작성자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임을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언제적 유물인지 모르겠는 삼다수...

 

주인장이 파엠 시리즈에 미쳤습니다. 너무 재밌네요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을 하기 전에 각성으로 입문을 하고, 풍화설월 1회차 엔딩을 본 이후에는 에코즈 1회차를 밀었습니다. 각성 때 첫 파엠 입문이라 그런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했던 경험이 풍화설월 때 단단해졌는지 에코즈는 무리 없이 엔딩을 봤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세이브 로드를 갈긴 부분이 있지만 초반 부분 2~3번 빼고는 무난히 다 밀었습니다.

하드 캐주얼로 진행했지만, 조우전이나 던전 잡몹전을 전원 지침 자동사냥으로 편하게 진행하기 위한 꼼수로만 썼습니다.

고로 메인 전투에서 아군이 사망할 시 클래식마냥 사망으로 간주하고 가차없이 미라의 톱니를 돌리거나 다시 껐다 키고 했습니다.

1.5회차의 개념인 테베 지하 미궁을 제외한 메인 스토리인 도마전 클리어까지 30시간 걸렸네요.

풍화설월 1회차가 비교적 짧은 제국루트에다가 후반부를 좀 대충 빨리 밀었던 것을 감안해도 40시간이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깼네요.

 

#메인 스토리 : 소년은 힘을 믿었고, 소녀는 신을 믿었다

소피아 성 탈환전 이후, 용의 방패는 귀찮아서 안 먹었습니다

스토리는 전형적인 왕도 영웅물이라고 하기에는 살짝 안맞는 느낌. 오히려 각성쪽이 더 영웅적인 서사가 강조되는 것 같고, 에코즈에서는 전쟁과 힘을 통해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아름. 최대한 평화주의를 실천하며 신앙심으로 난세를 해결하려는 세리카 두 인물이 중심이 되어 진행된다. 발렌시아를 구하는 과정에서 이 두 인물의 서로 다른 가치관이 좀 더 강조된다. 도중 평민에 손에 자란 아름과 귀족의 신분임을 인지하고 삶을 살아왔던 세리카의 가치관이 충돌하고 갈라서게 되고,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두 그룹이 나뉘어 진행하게 된다.

 

아름 쪽 이야기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페르난이 해방군을 뛰쳐나간 이유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편. 클레베가 아름이 마이센의 손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내적 갈등하는 부분도 맹목적인 영웅적 주인공 추앙으로 보이지 않게 해주는 느낌이라 좋았다. 누이바바도 나름 매력적인 빌런이었고 소니아 후일담을 통해 한 번 더 임팩트를 주신다. 베르크트와 리네아도 흔한 클리셰적인 인물들이었지만 아는 맛이 무섭다고, 딱히 모난 부분은 없었다.   

 

문제는 세리카쪽인데, 신을 믿는 것은 좋은데 중간에 쥬다의 속삭임에 납득하고 영혼을 팔려고 하는 행보가 영 꽝이다.

나름 위기에 빠진 여주인공과 그녀를 구하는 남자 주인공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한다만.. 그 전까지 세리카군이 위기고 자시고 그냥 무쌍으로 도마의 탑까지 밀고 나가버려서 급하게 세리카쪽에 위기감을 조성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느낌이 너무 강하다. 세리카는 아름과 가치관은 다를지 언정 강인하고 똑 부러진 여자였으나 급격하게 아름에 대한 마음과 미라의 대한 과도한 믿음으로 트롤 짓을 갈기는 캐릭터로 변해버린 기분. 차라리 쥬다가 좀 더 강한 빌런으로 설계되서 세리카가 발리고 강제로 영혼을 바치게 되는 입장이 되는게 오히려 낫겠다 싶었다.

 

엔딩은 그냥저냥. 파엠을 스토리 때문에 입문한 입장이 아니라서 그런가 스토리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서 그런가 그냥저냥이었다.

풍화설월의 뜬금없는 염제 병크보다는 낫고 그 이상 이하도 아닌 느낌. 물론 게임을 몰입하는데는 문제는 없었던 괜찮은 스토리였다.

#레벨 디자인(캐릭터) : 위기는 한 두번 있었지만 못해먹을 정도는 아니다

적당히 재밌다

파엠 각성 때 초반에 캐릭터들을 어떻게 육성할지 잘 길을 닦지 않으면 후반에 피토를 수도 없이 쏟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적당히 신경써가면서 육성하면서 진행했다. 마을사람 뺑뺑이 노가다는 진행하지 않았으며 DLC 맵을 쓰는 순간 재화 수급이나 아이템에서 난이도 하락을 크게 느끼는 것 같아서 안 쓰고 진행했다. 적당히 무한 리젠되는 언데드들이나 간간히 뚜드려가면서 막힐 때마다 한 두번씩 2~3레벨 정도 올리는 노가다 빼고는 쭉 밀었다. 그것마저 2~3번 밖에 안했다.

 

파엠의 난이도는 본인이 어떤 캐릭터에 애정을 쏟고 어떤 식으로 플레이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냥 본인이 느끼기에 대충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아름군은 유난히 도태되는 캐릭터들이 너무 많았다. 세리카쪽은 아무리 구려도 얘가 짐짝이라는 느낌은 안받았는데 말이다. 아무리 잘 키워도 맵이 구리면 도저히 활약할 방법이 없는 루카와 폴스. 얘넨 그래도 궁병 유인이나 길목 틀어막는데 활약이라도 해서 양반이다. 진짜 문제는 초반 스탯이 세리카쪽 레오에 비해서 한참 구린 파이슨이랑 마틸다 구하기 전에도 짐짝이었는데 마틸다 오니까 더 구려보이는 클레베. 워프로 밥 값은 하지만 리브로를 못배워서 항상 2% 아쉬운 실크. 이 중에서 특히 클레베는 정말 도저히 못써먹겠다.. 노가다를 안해서 그런건지 몰라도 엔딩볼때까지 골드나이트를 못찍었다. 파이슨은 그래도 TEC 샘물이랑 킬러 보우 쥐어주니 후반 가서 1인분은 하는데 말이다.. 

 

근데 아이러니 한 것은 세리카군보다 클리어 자체는 어렵지 않다. 좀 오래 걸리더라도 츠바이핸더 쥐어준 그레이랑 로빈, 루카 폴스를 쓰면 본진 틀어막기가 쉽고 무엇보다 워프 실크랑 레스큐 에피로 사자연참 배운 아름을 쿠팡 택배놀이를 하는 순간 급격하게 난이도가 낮아진다. 실제로 마지막 도마전도 티타로 아름을 넘기고 시스터 3명으로 리브로만 수혈해주고 아름으로 다 썰고 깼다. 클리프가 메이지들 중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능을 보여주고 듀테도 조금만 신경써주면 제 궤도에 올라서 1인분을 해주기 때문에 흑마법쪽도 꿇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클리프가 DEF가 높고 듀테가 RES가 상위권이라 여차하면 최전방 세우는 것도 가능해서 뜬금없이 가고일이나 마녀에 끔살당하는 일이 적어서 편했다.

 

다만, 파이슨이나 듀테, 마틸다 등 캐리 라인으로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친구들이 있고, 티타를 얻기 전에 리브로를 배우는게 에피 하나인 점. 츠바이핸더를 갖추기 전까지는 로빈이랑 그레이도 옆집 세이버나 제시에 비해서 딱딱한 마전사는 아니기에 뭔가 아쉽다는 점 등이 겹쳐서 초반이 상당히 버겁다. 아름 혼자 멱살 캐리하고 클리프가 거드는 파티라는 느낌이 강하다. 

 

세리카군은 아름군에 비해서 초기부터 메이지 계열 캐릭터를 둘이나 얹어주고 제니가 일루전을 배우기 때문에 어떻게든 질질 끌면서 깰 수 있는 파티가 완성되어있다. 초반에 영입되는 세이버와 카무이가 무난하게 마전사로 운용할 수 있으며, 아머계인 발보도 루카와 폴스랑 비슷한 처지이지만 팀 내 딱 한명이기 때문에 노는 느낌은 덜 하다. 무엇보다 레오가 해당 작의 아처의 사기성을 제대로 입증하는 역할을 해주기에 이를 필두로 초반에 든든한 팀원들이 많다. 특히 세이버가 성장 포텐이 기가 막히게 터져서 최종 보스전까지 세리카군 선봉장으로 하드캐리 해주기까지했다. 

 

이 팀의 고비는 중후반부 아카네이아 비병 세자매가 합류하고 나서 시작된다. 워낙 궁병이 고효율을 뽑는 작품 특성상 적군도 궁병이 고효율기에 초반에 세 자매를 키우기가 굉장히 빠듯하다. 키웠을 때 포텐을 터뜨리는 것은 나이 어린 순으로 에스트 - 카츄아 - 파오라 순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는 파오라랑 카츄아가 제대로 스탯 운빨이 터지고 에스트가 처참하게 성장이 망해버려서 에스트가 내내 짐짝이 되버려서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초반에 살짝 삐그덕거릴지라도 다들 궤도에 오르면 전열은 전열대로 후열은 후열대로 밥값을 하는 아름군에 비해서 세리카쪽은 궤도에 올라도 참 애매한 점이 많은 팀이었다. 그래도 아름군에 비해서는 돌아가면서 캐리하는 느낌이 강했다는 점은 더 좋았다. 

 

세리카군은 아름군에 비해서 클리어 자체는 빠르게 하기 힘들게 구성되어있다. 아름군은 아무리 메사이어로 증원군을 뽑아내는 기도사가 있어도 워프 → 끔살 → 레스큐로 밀어버릴 수 있지만 세리카군은 워프를 배우는 시스터가 전무하기에 기도사를 짜르려면 마전사와 아머를 위시로 전선을 밀거나 비병으로 뒤를 쳐야하는데 문제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비병이 영 캐리라인에 오르기 쉽지 않게 게임이 설계된 것이 문제. 아름군은 누이바바 밀기전에 한번 노가다하고 털었는데 세리카는 후반부에 비병들 어떻게든 사람 만들겠다고 노가다를 세 번을 했다..

#레벨 디자인(스테이지) : 사막, 늪, 사막, 늪, 좁은 길목, 좁은 길목 

밟을 수 있는 땅이 얼마 없다

스테이지 디자인이 생각보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던데 아무래도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사막과 늪지대 때문일 것이다.

사막은 아군의 이동력을 크게 제한하여 진군을 어렵게하고 게임이 질질 끌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반대로 늪지대는 턴 종료시마다 5데미지씩을 받아 적진에 줄타기를 한 뒤 가만히 시즈모드 박고 니가와 플레이를 하는데 크게 제한이 되고, 그렇다고 진군하기에는 늪지를 한번에 건너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조차 망설여지게 만든다. 

 

파엠이 늘 그런거처럼 파훼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막은 시간이 오래걸릴뿐 결국 앞라인 세우고 천천히 밀면 못 깰 것은 전혀 없고, 늪은 시스터라인에 자동 회복과 오오라를 주는 반지를 챙겨준 뒤 똘똘 뭉쳐서 가면 사실상 늪을 무효화하고 플레이 할 수 있다. 문제는 적군의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라인업과 시너지를 일으켜 맵 디자인이 불쾌감을 주는 것이다.

지형 효과를 받지 않고 날아다니는 비병은 곳곳에 배치된 궁병의 견제가 있으면 섣불리 운용하지 못하고 메사이어로 쭉쭉 증원을 뽑아대는 기도사의 공격을 원맨캐리 형태로 막아내기에는 노가다가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아머나 기병은 사막 지형에서는 거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썪어나가는데 적군은 노코스트로 마녀들이 전이를 해대면서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기에 유저로 하여금 상당히 꼴받게 만든다. 

 

다만 정말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아머와 같은 몇몇 캐릭터들이 썪어나가는 불편함을 제외하고는 맵 바닥때문에 빡쳤던 적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근데 길목 막아두고 가고일 증원에 궁병 요술사로 틀어막고 있는 염병할 미라신전 해방전은 진짜 토나올뻔하기는 했다.

#레벨 디자인(던전) : 귀찮아 제발 꺼져 그만 달려와

제발 꺼져 난 미라석상만 만지고 나갈거야

던전은 각성과 풍화설월을 해본 입장에서 새롭게 느껴지는 시스템이었다. 

근데 상당히 귀찮다. 이 컨텐츠 하나 때문에 클래식이 아니라 캐주얼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각성의 조우전과 풍화설월의 휴일 출격은 본인이 노가다를 원하지 않을 때는 스킵하고 메인을 밀 수 있었다. 그런데 던전 잡몹은 유저가 스킵하려면 피지컬로 죄다 일일이 피해야한다. 차라리 던전 몹 전투 한번 한번이 꽤 긴장감 있는 난이도에 한 번 밖으로 나갈 때 까지 리젠되지 않는 식으로 하는게 더 좋았을 것 같다. 수동 전투로 하기에는 시간 끌리고 재미도 없는 잡몹전인데 지침 AI가 좋지 않아서 지침 박고 스킵하면 종잇장 체력 메이지들이 돌격해서 가고일 같은 애들한테 2방 맞고 썰리는게 일상다반사다.

그렇다고 척을 지고 살 수도 없는게 병종변경을 할 수 있는 미라 석상이 던전에 있다...

 

또 던전과는 별개로 맵에서 인카운터 형식으로 전투가 진행되는데 유저가 뻘짓하고 있으면 적진에서 적 부대가 증원 마냥 튀어나와서 유저 진형으로 달려온다. 이 역시 캐주얼로 하고 자동 스킵 안했으면 플레이 시간을 꽤 많이 잡아먹었을 것 같다. 

#기타 잡다한 것들 이모저모 

앞으로 출시 될 인게이지에서 등장할 세리카의 활약도 기대합니다

  • OST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좋다. 팬들은 대부분 에코즈가 최고의 OST라고들 평할 만큼 OST 퀄리티는 굉장한 수준.
  • 각성이나 풍화설월에 비해 지원회화 여는게 상당히 불편하고 내용도 부실하다. 옛날 작품인 외전을 리메이크한 부분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 풍화설월 때 도입한 천각의 박동의 테스트 느낌인 미라의 톱니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역시 난이도를 낮추는데 많은 공헌을 했다. 미스 터진 공격을 미라의 톱니로 돌려버린 다음 명중시키는 편법이 먹히기에 꽤나 잘 써먹었다.
  • 일러스트 진짜 예쁘다. 각성때는 그냥 루키나랑 딸내미들 키우는 맛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일러스트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에코즈는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예쁘고 멋지다. 특히 뭔가 맹해(...)보였던 각성의 크롬보다 훨씬 아름이 잘생겨서 좋았다.

여담이지만, 파엠 if를 하긴 해야하는데,, 뭔가 if는 나중에 하고 싶어서 아마 다음으로는 성전의 계보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리뷰는 리뷰니까 점수를 주고 마무리하면서 한 마디 하자면 풍화설월이 입문자들에게 굉장히 좋은 작품인 것도 맞지만 좀 더 파엠 특유의 맛이 강한 입문작으로는 에코즈 쪽이 훨씬 좋은 것 같다. 각성은 결국 대깨 질풍신뢰랑 2세 계획(?)을 제대로 세워야 게임이 편해지는 진입장벽이 나름 있어서..

게임으로는 5점 만점에 4.2점 

작품으로는 5점 만점에 3.5점 주고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