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Century Game Archive

디지털 다이빙/ATLUS

[스포無] 메타포: 리판타지오 리뷰

츤곰 2025. 4. 9. 14:04

 

※본 글의 가독성은 PC에 최적화 되었습니다※

본 글은 메타포: 리판타지오의 게임 진행에 영향이 없는 소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내용은 작성자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임을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ATLUS 메타포: 리판타지오 (2024)

 

 

소울 시리즈의 프롬, 포켓몬의 게임프리크, 파엠의 인텔리전트 시스템 등등, 각 게임사들은 본인들의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아틀러스의 게임도 그러하다. 아틀러스 게임은 독특한 분위기, 특유의 장르성을 가지고 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JRPG의 강자이다. 필자도 아틀러스를 좋아해서 게임 결제할 때마다 아틀러스의 개라고 본인을 자학하고 있긴하지만 페3,페5,여신5,지갑이 안버텨진다 그래도 그만큼 그 분위기에 맛들리면 헤어나올 수 없는게 또 아틀러스의 매력 아니겠는가.

 

그 아틀러스에서 신작인 메타포: 리판타지오가 출시되었다. 이번엔 또 어떤 본인들만의 요리법으로 JRPG 한상을 차려냈을지 가볍게 핥아보도록 하자.

 

초회차 하드 진엔딩 완료

 

 

그래픽 및 최적화 – 아틀러스 스타일의 화려함 속 섞인 아쉬움

메타포는 아틀러스답게 화려하고 독특한 UI와 디자인으로 얼핏 보기에는 훌륭한 만듦새를 보이지만 문제는 배경 그래픽이나 텍스쳐 퀄리티에 비해 최적화가 부족하다. 필자는 플레이 도중 3070ti임에도 프레임 드랍 이슈가 종종 터졌으며, 초창기에는 안티앨리어싱추가나 달리기 이펙트 삭제 등의 유저 패치가 없으면 진행하기 불편할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해상도 변경 시 화면이 검게 먹통이 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등 버그도 발견되는 등 상당히 불편한 경우가 있었다. 본인은 불편하지 않았으나 한글 폰트가 너무 작다는 불만도 커뮤니티에 꽤 많았다.

 

이런 불만은 메타포가 아틀러스의 최신 게임인 페르소나3 리로드나, 여신전생5와는 다른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에 나타난 반응이 큰 것 같다. 질감이 페르소나나 여신전생보다는 캐서린 쪽에 가까운 이유가 엔진 때문. 개인적으로 해당 작품은 아틀러스 기존 게임들의 여러 시스템과 오마주등이 덕지덕지 들어간 아틀러스 입문작이자, 기존 팬들도 재밌게 할 수 있는 아틀러스 게임의 집대성이라고 생각되는데, 입문자들이 플레이해온 최근 AAA게임에 비해 좋지 못한 자체 엔진인 것도 사실이고, 아틀러스 팬덤 입장에서도 사실상 뒤쳐져 있는 엔진이기 때문에 실망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하면서 크게 불편하지 않았지만, 본인이 눈의 피로감을 잘 느끼는 스타일이거나 그래픽에 민감한 스타일이면 고민을 해보길 바란다. 그렇다고 칭찬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연출해 놓은 컷씬이나 아틀러스틱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몬스터 디자인 등 충분히 아틀러스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잘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많은 비판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장점이 있다.    

 

*사후 패치가 진행되어 모션 블러 옵션 등 다양하게 추가 되었다고 합니다. 전반적 이슈는 많이 나아진 것으로 확인됩니다.

보다시피 그래픽 퀄리티가 뛰어난 게임은 아니다. 출처 : https://m.gameshot.net/common/con_view.php?code=GA671852f3cc25c (게임샷)

 

캐릭터 및 스토리 – 항상 국밥인 왕도물에 정치를 한 꼬집, 몰입감 있게 잘 우려낸 JRPG 특유의 맛

최근 게임들 스토리를 보면 흔히 말하는 ‘국밥’ 스토리를 찾기 힘들다. 인물의 행동이 개연성이 없어 납득이 안된다던지, 떡밥 회수가 제대로 안된다던지, 용두사미 전개라던지, 잘 가는 듯하면 꼭 어딘가 걸려넘어지고 모난 부분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메타포는 간만에 나온 ‘국밥’형 스토리이다.

 

메타포의 이야기는 페르소나, 여신전생5의 현대 감성, 학원 감수성이 섞인 어반 판타지 스타일이 아닌, 비현실을 지향하는 정석적인 서양 판타지로 이루어져있다. 왕과 기사의 존재, 다양한 종족의 공존은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은 우리에게 친숙한 맛이다. 그런 전형적인 이야기 골자에 주인공이 악역의 왕권 탈취를 막기 위해 선거에 직접 뛰어든다는 메타포 특유의 킥이 들어가면서 특별한 개성을 만들어낸다. 민심을 얻어야하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종족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스토리라인 특성상 많은 아군, 혹은 적대적 인물과 엮이게 되는데, 그들의 행동이 개연성에 있어 딱히 몰입을 깨지 않는다. 더군다나 페르소나에서 있었던 인연회화 같은 시스템을 통해 나름 그들을 입체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게임의 진행은 페르소나 시리즈와 비슷하다. 선형적 진행이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 유저가 해야 할 일들을 선택할 수 있다. 제한된 날짜 속에서 오늘은 던전에 갈지, 오늘은 인연회화 랭크업을 할지 등등. 페르소나 시리즈는 공략 없이 모든 컨텐츠를 하려면 스케줄 관리가 너무 빡빡했던게 단점이라면, 메타포는 이런 부분에서 훨씬 여유롭게 풀어줬다. 필자는 페르소나하던 습관 때문에 무조건 메인, 서브퀘 던전은 하루만에 뚫고 나왔는데, 그러고 할 것 다하면 6~3일 정도 남았다. 던전을 여러 번 나눠 트라이해도 되도록 널널하게 설계되어있는 것이다. 이런 진행 방식은 서브 퀘스트 같은데 한 눈 팔다가 스토리 진행에 대한 몰입감을 놓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필자는 이를 ‘제한적 자유도’ 라고 표현한다. 페르소나 시리즈보다 갈 수 있는 장소도 많이 늘어나서 이런 제한적 자유도를 사용하는 테크닉은 페르소나 시리즈보다 훨씬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페르소나 시리즈보다 훨씬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정을 압축했다는 점이다. 메타포는 페르소나 시리즈의 절반도 안 되는 인게임 기준 4개월 분량의 타이트한 기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일상 파트를 많이 덜어내고 전투와 던전, 육성에 최대한 힘을 빡 줘서 페르소나 급의 분량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상당 부분 덜어내고 알차게 유저들이 즐겨야 하는 부분만 채워 놓은 느낌.

 

떡밥에 대한 회수도 깔끔하게 끝낸 것도 좋았다. 작중 반전이나 스토리의 핵심 요소가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어도, 적어도 용두사미적 스토리는 아니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주인공들이 마지막의 마지막에 겪는 위기 상황을 풀어내는 연출은 솔직히 JRPG를 불호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오글거린다의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느낌이지만,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다. 뭐랄까, 어릴 때 파워레인저나 프리큐어 보는 그런 느낌으로 보면 된다(…)

 

스토리가 중심이거나 핵심이 아닌 게임의 스토리를 평가할 때 항상 하는 이야기다. 게임에 방해만 안되면 된다. 몰입감을 깨지 않는 선을 유지한다면 보통 좋은 평가를 주는 편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메타포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나름 갈리카 귀엽습니다. 출처: https://ddsnet.tistory.com/1597

 

전투 및 맵, 레벨디자인 – 아틀러스 게임 특유의 빡빡함, 하지만 무리는 없다.

전투의 난이도는 1회차 하드 진행 기준, MP관리만 깐깐하게 해주면 무리 없이 하루만에 모든 던전을 밀 수 있게 되어있다. 심지어 MP 회복 아이템을 엄청 아꼈는데, 후반가면 꽤 남아돈다. 막 쓰지만 않으면 회복 아이템도 적당히 써가면서 밀면 무난한 난이도이다.

 

메타포의 전투는 여신전생 시리즈에서 사용했던 프레스턴 시스템을 차용했다. 턴 베이스에 적의 약점을 찌르면 추가적인 턴을 받고, 반사나 회피 당하면 턴을 잃는다. 이는 적도 마찬가지로 아군을 회피 탱커처럼 운용하면 적의 턴을 다 박살낼 수 있고, 약점 관리를 제대로 못해주면 적의 공격이 무지막지하게 들어온다. 아군 파티의 전투 방식은 아키타이프를 활용하는 것인데, 여신전생과 페르소나의 악마 개념을 조금 더 RPG의 직업에 가깝게 개편한 느낌이다. 시작할 때 캐릭터별로 아키타이프는 정해져있지만, 자유롭게 직업을 바꿔서 육성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시작할 때 주인공은 시커고, 스트롤은 전사지만, 그냥 바꿔서 키워도 무방하다.

 

또한, 본인보다 낮은 전투력을 지닌 적은 필드 상에서 액션을 통해 스킵하고 일정량의 경험치와 돈으로 환산 받을 수 있다. 아이템도 떨어지기 때문에 타 아틀러스 장르에 비해 노가다가 엄청 쉽다. 이 시스템은 초중반부 지루한 부분을 빠르게 넘겨주는 역할도 하지만, 최후반부 난이도 하락의 주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각각의 보스전도 나름의 기믹이 있어 특정 보스의 경우 기믹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손도 못 대보고 전멸하기도 하는 등, 전투에 대한 재미는 개인적으로 페르소나 시리즈보다 높다고 생각한다. 여신전생 시리즈는 전투를 대비하는 방식이 살짝 다르므로 논외.

 

맵 디자인같은 경우에는 세계수의 미궁 오마주라 토나오는 던전 하나를 제외하면 적당한 느낌이다. 여신전생만큼 맵이 어지럽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인 부분이다. 아쉬운 것은 던전이 막 특색 있지는 않다. 퍼즐 요소가 있는 탐험하는 맛 나는 던전이라기 보다는 그냥 배배 꼬여있는 미로찾기 하는 기분. 심지어 모험 도중 나오는 명소들은 일러스트 한 장으로 퉁쳐버린다. 세계관 확장은 하고 싶은데 거기까지는 만들기 힘드셨나 봅니다 아틀러스님께서.

 

레벨 디자인은 그놈의 MP관리 때문에 초반이 좀 빡빡하다. 그런데 기반이 갖춰지고, 필승에 가까운 공략법이 나오는 중후반부에는 기믹만 뚫어내면 쉽게 돌파 가능한 전형적인 아틀러스식 최적화 찾아내기로 변질되는 것은 이 게임사의 고유의 맛이라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도 다양한 전략전술을 채용할 여지가 없지 않기 때문에 굳이 필승법이나 사기 스킬을 안돌려도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디스이즈게임
메타포: 리판타지오는 2가지의 전투 방식을 다 가지고 있다. 출처 : 게임메카

 

 

OST – 명불허전, 아틀러스 특유의 개성있는 사운드

보통 OST가 뛰어난 아틀러스 시리즈를 꼽으라면 단연 페르소나를 꼽는다. 괴도단의 분위기를 훌륭하게 살려낸 OST였기 때문이다. 메타포도 어반 판타지에서 정통 판타지로 넘어간 만큼 스타일을 바꿔서 종교 음악 쪽에서 많이 모티브를 많이 따왔는데, 상당히 수려하다. 장르의 변화에 맞춰서 스타일을 바꿨지만, 아틀러스 특유의 색채는 잃어버리지 않은 훌륭한 변신이다. 필자가 오페라 스타일 OST를 엄청 좋아하는 것도 감안해야 할 듯하다. 일상 파트랑 전투 파트 OST 너무 좋다. 별 5개 주고 싶다.

 

얘네는 어느 게임이던 전투 테마 하나는 기똥차게 뽑는다.

 

 

볼륨 및 콘텐츠 - 1회차는 퍼펙트, 2회차는 애매하다

1회차 기준 설렁설렁 플레이해도 40~60시간 정도의 볼륨을 자랑한다. 페르소나보다는 적지만 일상파트보다 던전이나 전투 파트의 비중이 확 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꽤 만족스러운 볼륨이다. 낚시처럼 일상 파트에서 능력치를 올리는 것을 제외한 다른 행동들도 최고 난이도나 2회차 플레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거쳐 가야하는 콘텐츠들로, 이건 왜 넣었지 싶은 보여주기식 콘텐츠가 적은 것에는 칭찬해주고 싶다. 1회차 엔딩을 준비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들도 아틀러스의 게임을 여러 번 해본 사람들은 이제 알아서 딱딱 준비할 정도. 있을 것 있고 뺄 것은 깔끔하게 뺀 느낌.

 

다만 여신전생 시리즈나 페르소나처럼 악마전서 100% 채우기나, 캐릭터들 능력치 ALL MAX같은 딥하게 파고들 컨텐츠는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 마찬가지로 2회차 플레이를 위해 준비 되어있는 요소가 분명 존재하나 빈약하고, 그 2회차마저 1회차 아키타이프를 미리 해금해주지 않는 등 2회차를 해야할 당위성이나 매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은 흠이다. 고로 아틀러스 게임을 파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도전과제 100% 못하면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이 아니면 1회차만 깔끔하게 즐기고 털기 딱 좋은 정도. 아틀러스 시리즈의 집대성인만큼 입문자들에게 이만한 아틀러스 게임이 없긴한데, 그래서 그런건지 이런 부분에서는 좀 캐주얼해진 느낌이다. 다회차 유저들을 위한 성의가 없다고 한다면 그것도 맞고. 

 

악마전서와 비슷한 느낌의 아키타이프 시스템. 100% 달성이라고 할만한 컨텐츠는 이것 밖에 없다. 출처 : 게임메카

 

 

종합 평가 – 아틀러스의 집대성, 입문작으로 삼거나 가볍게 즐기기에는 최강의 작품.
하지만 하드코어 유저들에게는 비추천.

 

앞서서도 꾸준히 말했지만, 본 작품은 아틀러스의 여러 작품에 있는 시스템들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아틀러스 게임들의 독특하고 장점있는 시스템들을 합쳐 모으고, 캐주얼하고 컴팩트하게 뽑아낸 작품이 바로 메타포: 리판타지오다. 그래서 기존 팬덤이 가볍게 다음 주요 작품들의 넘버링을 기다리면서 즐기고 넘어가기 상당히 좋은 작품이고, 기존에 아틀러스 게임이 너무 딥해보여서 해보기 꺼려지던 사람들이 처음 입문작으로 해보기에도 좋다. 개인적으로 스케줄 관리할 줄 모르는 초심자한테는 페르소나보다 훨씬 좋아보인다.

 

하지만 거꾸로, 기존 아틀러스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초고난이도 최적화나 악마전서와 관련된 파고들기 요소가 없다시피해서 이 게임만 주구장창 붙잡고 있기에는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하드코어 유저들은 여전히 페르소나6나 진 여신전생6를 더 바라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딱 하나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아틀러스가 최근에 완전판이랍시고 추가 컨텐츠를 추가해서 게임을 다시 발매하는 DLC보다 더 악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메타포 리판타지오라고 해서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포 리판타지오는 너무나 뛰어난 게임이고, 게임 가격이 부담되기 시작해지는 요즘에도 충분히 돈 값하는 게임에는 틀림이 없다. JRPG나, 아틀러스 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주저없이 구매해서 한번 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GOTY 후보인데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