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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ow Knight: Sliksong] 사냥꾼의 행진로는 왜 유저들을 분노하게 했는가?

츤곰 2025. 9. 9. 12:40

※본 글의 가독성은 PC에 최적화 되었습니다※

본 글은 Hollow Knight: Sliksong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내용은 작성자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임을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8년을 기다려온 호넷의 이야기

 

실크송, 그 이름만 들어도 후반기 시상식에서 GOTY는 아니더라도 상 몇 개는 거뜬히 받을 수 있을 만큼의 파워를 지닌 작품이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기다려 후속작을 까본 유저들의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불만이 터져나왔다. 호불호가 갈리는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거의 일관된 이야기 중 하나는 특정 맵의 난이도. 특히나 사냥꾼의 행진로라는 맵이 가장 유저들의 입에 오른 맵이다.

 

유독 난이도가 어려워서 화제가 된 것일까? 요즘 유저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단순히 맵의 난이도가 어려워서 못 깨겠다며 징징대는 수준의 게이머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구조나 디자인에서 문제가 컸기 때문에 더욱 유저들에게 불쾌한 경험을 제공했다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스스로 불러온 재앙’

한 가지 알고 넘어가야 하는 점은, 사냥꾼의 행진로는 게임 진행 중 가지 않아도 되는 장소이다.

즉 엔딩을 보는데 있어서 이 맵은 필수가 아니라는 말이다.

 

쉬운 예시를 들어보겠다. 눈앞에 두 갈래길인 맵 A와 맵 B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맵 A는 엔딩을 보기 위해서 무조건 가야 하는 일직선으로 구성된, 우회로가 없는 맵이다. 맵 B는 엔딩을 보기 위해서 가지 않아도 되는 샛길로 구성된 맵이다. 할로우나이트는 목표 네비게이터가 없지만, 보통 네비게이터가 있는 게임이라면 맵 A의 너머에 목표 지점 아이콘이 찍혀 있을 것이며, 대다수의 메트로바니아를 즐기는 유저라면 맵 B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먼저 접근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맵 A와 맵 B의 차이점이 생긴다. 맵 A는 안 되지만 맵 B는 가능한 것이 있다. 바로 포기하는 것이다. 맵 B의 난이도가 지금 올 곳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유저는 기꺼이 가는 것을 포기하고 맵 A로 향할 수 있다. 사냥꾼의 행진로는 B에 해당하는 맵이다. 충분히 포기하고 다른 진행을 택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욕을 먹는 것일까?


 

‘문제는 보상 체계에 있는가’

메트로바니아에서 지도를 열고 맵을 탐색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응당 기댓값이 존재한다. 이곳은 지금 가지 않아도 되는, 혹은 너무나 어려운 맵이지만, 내가 이곳을 완주한다면 훌륭한 아이템, 훌륭한 해금 요소가 날 기다릴 거야라는 기댓값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냥 맵을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세계관이 확장되는 기분이고 너무 즐거워요!가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그랬다면 아마 그 게임이 GOTY를 먹지 않았을까?

 

냉정하게 말해서 사냥꾼의 행진로는 이런 기댓값을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맵이다. 불편해진 조작감을 딛고 끝으로 향하자 기다린 것은 잡몹을 뽑아대는 보스전이었고, 그 보스를 이겨내고 받는 것은 스펙업에 필수 요소가 아닌 문장. 심지어 이 문장은 획득 시 자동 장착이라 돌아가는 길에 다시 바뀐 조작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강제성까지 띄고 있다. 처음 등장하는 낚시 의자는 덤. 특히나 거짓 세이브 포인트는 일부 유저들에게 큰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섬세하게 배치해야 하지만 사냥꾼의 행진로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악의가 충만한 배치가 아닐 수 없다.

 

극단적인 예시(정답은 아니다)로 사냥꾼의 행진로 끝에 굉장히 좋은 도구나, 최대 체력을 2칸 정도 늘려주는 보상을 배치해 두었다고 생각해보자. 그간의 고생은 싹 날아가고 당장 손에 쥐어진 보상에 감격하고는 기쁜 마음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면 그 허탈감은 누구도 보상해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레퍼토리 아닌가?


‘하드코어 IP에서 필수불가결한 이슈인가?’

실크송 이전으로 넘어가 보자. 할로우나이트 자체는 그간 있어 왔던 메트로바니아들의 장점을 흡수하고, 본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세계관이 합쳐져 매력적인 요소들을 뿜어냈다. 그 와중에도 도드라졌던 것은 다크 소울 시리즈에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당장 죽고 나서 회수하지 못한 재화가 사라지는 것이라든지.

 

악의적인 아이템 배치, 그리고 그것을 딛고 획득했을 때 정말 쓸모없는 잡템인 것처럼. 다크 소울 시리즈를 표방한 작품들의 유구한 특징이 아닌가. 물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 재미라며 소울라이크를 좋아하는 우리 같은 변태들은 이야기한다.

하드코어를 표방한 게임들은 이런 불쾌감을 넘어 유저를 능욕하는 수준의 기믹을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그 끝에는 성취감이라는 단 하나의 보상만을 남겨둔다. 그 끝에 잡템이 있을지언정, 그저 그 스테이지 혹은 기믹을 완파했다는 개인적인 성취감 하나로 게임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소울라이크를 표방하거나 하드코어 장르라고 이야기되는 게임들은 진입 장벽이 높거나, 호불호가 갈리거나, 중간에 이탈자들이 많거나 하는 것이다. 그 성취감을 느끼는 과정이 개인의 취향에 맞지 않다면 그저 고문일 뿐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실크송이 이번에 시도한, 그리고 과거 다크 소울 시리즈 등에서 시도했던 이런 고된 과정 속에 허탈한 보상 시스템은 유저들에게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맵은 아니다?’

하물며 어떤 유저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냥꾼의 행진로 그렇게 안 어렵던데요?
그럴 수 있다. 경험은 개인차가 존재하니까. 그리고 실제로 사실일 수 있다. 2장의 맵들이나 1장의 ‘담즙의 늪’ 같은 경우가 훨씬 어려울 수 있다. 마침 45도 각도로 찌르는 하단 공격이 내 손에 착착 맞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몹을 요격하는 것에 이미 숙달된 고수라면. 하지만 사냥꾼의 행진로는 유저가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하드코어 플랫폼 맵이고, 후술할 이유로 인해서 더욱 유저들의 경험에 크게 반향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할로우나이트였기 때문에, 더 불호가 강했다’

1보다 나은 2는 없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그렇기에 1보다 나은 2가 나온 시리즈에 매번 찬사를 보낸다. 할로우나이트는 그런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실크송은 제작자들이 직접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본인들의 실험적인 시도들이 많이 가미되어 있다. 하지만 유저들이 사랑했던 할로우나이트에서 기대했던 것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유기적인 맵, 깔끔하게 올라가던 난이도와 성장 곡선, 적절하게 도전적인 난이도이지만 분명 직관적이었던 과제들. 유저들이 기대해 왔던 것은 그랬던 것들이었고, 할로우나이트가 찬사를 받았던 것이 그런 것들 때문이었다.

 

그런 것들을 기대하던 유저들이 변화한 조작감, 후속작 출시까지 너무나 오래 걸렸던 기다림, 그로 인해 증폭된 기대감, 실패한 레벨 디자인과 플랫포머 시도 등이 겹쳐지면서 사냥꾼의 행진로를 마주한 순간 “이건 내가 원했던 할로우나이트가 아니야!”라면서 폭발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크송은 가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크송은 인디게임 씬, 그리고 메트로바니아 장르나 하드코어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달콤한 과실이다. 풀 프라이스 가격이 점점 솟구치는 가운데, 이 정도 가격에 전작보다 커진 볼륨은 충분히 가치 있다. 실크송에 대한 볼멘소리는 아직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그렇게 욕을 하던 사람들도 결국엔 엔딩을 보고 패드를 내려놓은 뒤, “역시 할로우나이트는 재밌었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간에 이탈한 사람들도 여럿 있는 것 같지만, 이러한 비판을 어떻게 고치고 재조립하여 팀 체리의 다음 작품이 얼마나 아름답게 나올지, 더 기대해 보아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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