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Century Game Archive

게임에 대한 소소한 고찰

소울류 게임? 소울라이크? 여론이 만든, 섣불리 정의된 장르가 아닐까?

츤곰 2022. 10. 19. 23:00

※본 글의 가독성은 PC에 최적화 되었습니다※

본 글은 <소울라이크> 장르에 대한 애매한 정의와 스팀 태그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게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프롬 소프트웨어의 다크소울1 (2011)

게임이라는 오락의 유구한 역사를 돌아보면 정말 많은 작품들이 게이머들 앞에 등장했다.

어떤 작품은 박수와 함께 찬사를 받고, 어떤 작품은 신랄한 비판을 받으며 쓰레기 게임이라는 악평을 받는다.

2011년, 프롬 소프트웨어는 데몬즈 소울의 정신적 후속작인 다크 소울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리고 이 작품을 기점으로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들은 게임 개발자들과 유저들에게 무지막지한 영향을 주게 된다.

 

소울시리즈는 사실 마니악하고 난이도가 높기에 진입장벽이 절대 낮은 편이 아니다.

허나, 그 매콤하고 자극적이지만 끊을 수 없는 맛에 중독된 유저들은

다크 소울로 대표되는 소울류, 이른 바 소울라이크(Souls-like) 장르를 꾸준히 찾으며 지난 날의 향수를 갈구하고 있다.

 

2021년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선정 '역대 최고의 게임'에 선정된 다크소울. 얼마나 인기가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필자는 소울라이크 장르에 대해 항상 의문을 품는다. 

정확히 소울라이크 장르가 무엇인가? 

많은 게이머들에게 소울라이크 장르가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져본다면 대부분의 유저가 이렇게 답할 것이다.

"다크소울같은 게임을 소울라이크라고 하지 않나요?"

"다크소울처럼 전투가 어려운 게임이 소울라이크 같습니다."

"음울하고 다크판타지 느낌이 많이 나면 소울라이크의 향기가 짙게 난다고 생각한다."

"죽으면 개좆같은 게임이요"

각양각색일 것이다.

 

우리는 우선 소울라이크라는 장르적 용어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다크 소울 3의 한 장면을 캡쳐한 것

소울 + Like 장르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거두절미하고 소울시리즈의 특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분명 여러 특징이 있고, 그것이 다크소울의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소울 느낌을 줄 때 차용하는 시스템이 뭔지.

딱 그정도만 알아보도록 하겠다.

 

1. 소울시리즈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강조되는 전투 시스템 중 하나는 바로 스테미나 시스템이다. 공격은 물론, 회피와 패링같은 전투 중 행동이 스태미나 제한으로 크게 제한을 받는다. 몹들의 높은 데미지와 연계되어 이러한 특성은 유저로 하여금 소울시리즈 특유의 세밀하고 섬세해야만 이길 수 있는 전투로 이끈다.  

 

2. 1번 특징과 연계되어, 소울시리즈는 회복 수단이 극히 제한되어있다. 또한, 이 회복 수단은 게임 진행 도중, 에스트병이라는 도구를 강화하면서 횟수를 늘릴 수 있게 된다. 이 회복 수단의 재충전은 후술할 화톳불로 대표되는 세이브 포인트에서만 가능하다. 소울시리즈에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은 이처럼 회복 수단의 제한과 특정 구간에서의 재충전이 전제되어 있는 경우가 다수다. 

 

3. 소울시리즈는 경험치가 곧 화폐로 이용된다. 이는 강화 같은 곳에 활용되며, 사망 시 그 자리에 전부 드랍하게 된다.

부활하여 회수하기 전에 사망하면 해당 자원들을 전부 소실하게 된다.

다크소울1의 지도 (출처 https://url.kr/zk3pr5)

이 외에도 소울시리즈에는 정말 다양한 특징이 있다.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중세풍의 다크 판타지, 부활과 회복이 가능한 세이브포인트인 화톳불,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레벨 디자인. 

간접적으로 유저가 유추해야만 알 수 있게 만든 스토리라인까지.  (필자의 엔더 릴리스 분석에서 깊게 다루는 내용이다.)

특히, 레벨 디자인은 어지간히 머리를 들이밀고 죽고 죽고 또 죽다보면 클리어가 되는 절묘한 디자인이다(...)

 

그리고 은근 월드 디자인이 소울시리즈에서 많이 언급되는데 마치 메트로바니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마냥 꽤나 자유롭게 월드를 탐색할 수 있게 해놓았다. 맵을 굉장히 유기적으로 디자인 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마냥 비선형적인 진행 구조는 아니어서, 안 가도 되는 곳은 있지만, 가야하는 곳은 무조건 가게끔 만든 절묘한 맵 구성을 보인다.

 

이런 월드 디자인은 소울시리즈에 영향을 받은 많은 작품들이 메트로바니아의 형식을 짙게 띄고 있는 것과 큰 연관이 있다.

본인이 시간이 꽤 여유롭고, 이런 흥미로운 월드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다음 영상을 참고하자. 정말 정리가 잘 되어있다.

 

https://url.kr/adtrxe

Game Maker's ToolKit이라는 게임 전문 유튜버다. 정말 유익하고 재밌으니 끝까지 보길 바란다

깊게 이해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겠지만, 어쨌든 유저들이 탐험을 하는 기분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에는 소울시리즈 특유의 유기적인 맵 디자인이 한 몫 했다는 것이다.

 

자, 이제 소울 + Like에서 소울 부분에 대해 어느정도 훑어봤으니, Like도 확인을 해보자.

메트로바니아 장르인 할로우나이트와 로그라이크 핵앤슬래시인 데드셀 역시 소울라이크 태그가 붙어있다
소울 시리즈뿐만이 아닌 다른 게임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은 렘넌트: 프롬 디 애쉬즈와 인왕도 소울라이크로 분류 되어있다

스팀 태그 기준 소울라이크 장르에 포함되어 있는 4가지 작품을 살펴보자.

메트로바니아가 핵심 장르인 횡스크롤 플랫포머 게임 [할로우 나이트]

본인들을 로그배니아(로그라이크+메트로바니아) 장르라고 소개하고 있는 횡스크롤 게임 [데드 셀]

TPS가 핵심 장르인 액션 RPG [렘넌트:프롬 디 애쉬즈]

가장 다크소울과 비슷하지만 제작진이 소울 시리즈말고도 본인들의 전작인 닌자 가이덴이나, 다른 게임인 귀무자,블러드본,디아블로 등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인왕 시리즈]

 

다양한 특색을 가진 이들이 소울라이크라는 미묘하고 복잡한 하나의 태그로 같이 묶인 이유가 무엇일까?

스팀 태그는 &rarr;다수의 사용자&larr;가 태그를 달지 않으면 노출되지 않는다
어려움(...)도 게임을 대표하는 하나의 태그가 되는 시대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4가지 게임의 공통점은 단순하게 '어렵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기존 다크소울의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어려움.

특히, 살짝 삐끗하면 죽어버리는 세밀한 전투의 어려움이 장르화가 되어 계승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된 전투를 클리어했을 때 유저가 받는 짜릿한 쾌감과 성취감이 그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냥 하드코어한 게임으로 표현하면 될 것을 왜 소울라이크로 묶는 것일까? 조금 더 깊게 탐구할 필요가 있다.

할로우나이트는 스킬을 사용하는 마력과 공유되는 자원으로 체력을 회복한다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렘넌트:프롬 디 애쉬즈는 동료를 회복할 때도 본인 회복의 도구를 사용해야한다
데드셀 역시 체력 회복 수단을 한정적으로 제공한다

소울라이크로 분류되는 게임들이 대체 왜 어려운가?

회피하기 어려운 적의 공격도 한 몫 하겠지만, 결국 다크소울의 에스트병에서 차용된 한정된 체력 회복 수단일 것이다.

체력 회복 수단이 적기에, 적의 공격에 한 번 맞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더 세심하게 플레이 해야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익숙한 <에스트병> 같은 시스템에서 다크소울의 향기를 느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앞서 다크소울의 멋진 월드 디자인에 대해 언급했었다. 마찬가지로 다른 소울라이크로 분류되는 게임들도 메트로바니아의 성격을 짙게 띄고 있고, 맵 이곳 저곳을 뒤졌을 때 유저에게 콩고물이 떨어지게 디자인 되어있다.

 

하고싶은 이야기를 간단하게 압축하자면, 다크소울에서 모티브를 얻고, 소울라이크를 표방하는 게임들은 나름대로 여러가지 부분에서 다크소울에서 느낄 수 있었던 매력을 잘 뽑아온 경우가 많다.

계속 언급되는 할로우나이트가 그 예시로, 대표적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소울라이크> 장르에 얼추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해당 작품에는 사망 시 드랍되는 포인트, 간접적 스토리, 어려운 난이도, 유기적인 맵 디자인 등등 많은 요소가 차용되어있다.

 

그런데 필자가 난이도에 대해 계속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간단하게 요약해보겠다. 다크소울을 가장 짧게 압축한 한줄은 매력적으로 어려운 게임이다.

근데 이게 역설적으로 쉽게 쉽게 장르를 구분하려드는 일부 유저들에게 소울라이크 = 다크소울처럼 난이도가 높은 게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좌)트럼본을 부는 하드코어 리듬게임 Trombone Champ / (우)탑뷰 액션 어드벤쳐 Hyper Light Drifter

단적인 예다. 두 작품 모두 스팀 태그 기준 소울라이크 태그가 붙어있다.

오른쪽 작품은 제작진이 다크소울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고 젤다의 전설과 디아블로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직접 이야기 했는데도 불구하고 스팀에 소울라이크 태그로 소개되고 있다.

뭐 거기까지는 그려러니 할 수 있다고 치자. 근데 왼쪽에 대체 저 트럼본 부는 리듬게임은 왜 소울라이크인가. 

게임 자체는 잘 만든 재밌는 게임이다. 그런데 조금 어려움을 곁들인.

유저들 입맛에 맞게 태그를 달고, 다수의 유저가 태그를 달면 인정되는 스팀 태그 시스템에서 저 게임은 무려 소울라이크 태그를 부여받은 채로 판매되고 있다. 단지 어렵다는 이유로.

스팀 태그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냐?

사실 그렇다기 보다는 나아가서 이 문제는 유저들의 인식에 있는 소울라이크라는 장르가 그만큼 나사 빠져있다는 것이다.

 

누구는 소울시리즈의 특징을 제대로 답습한 게임들을 소울라이크라고 평가할 것이다.

다른 누군가는 다크소울'처럼' 어려운 게임을 소울라이크 게임으로 분류할 것이다. 

혹자는 다크소울'처럼' 다크한 중세판타지 배경의 게임이면 소울라이크라고 할 수도 있겠다. 왜? 다크소울 느낌 나니까!

 

궁극적으로 이 글을 통해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확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용어(=소울라이크)가 그 게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식어로 기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는 상품을 살 때, 상품에 달린 가격을 보고 살 수도 있고, 식품이라면 성분표를 보고 살 수도 있다. 그리고 게임이라는 상품에 달린 성분표와 같은 게임 태그를 보고 구매한다. 게이머들의 소비에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장르라는 것이다.

흔히 말해 장르빠들도 있지 않은가. 내가 그렇다

 

그런 중요한 지표인 장르가 이런 애매한 상태로 그 역사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소소한 안타까움을 느끼는 바이다.

프롬 소프트웨어의 대표작 (좌)다크소울 3 / (우)세키로
마찬가지로 프롬 소프트웨어의 대표작 (좌)엘든링 / (우)블러드본

프롬 소프트웨어는 많은 특징들을 공유하지만 블러드본같은 경우는 제작진이 의도하고 기존 시리즈에서 조금 벗어난 틀에서 작업한 부분도 있다. 바뀐 조작감같은 새로운 시도가 대표적일 것이다. 이처럼 프롬 소프트웨어 본인들도 소울시리즈에 틀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는 생각을 하는데, 우리가 소울라이크라는 갇힌 사고방식으로 독특하고 창의적인 게임들을 섣부른 일반화로 비롯된 장르화하는게 맞을까? 앞서 언급한 데드셀 역시 로그바니아라는 본인들만의 장르를 내세우고 있다. 

 

앞으로는 게임을 소개할 때, 소울라이크보다는 좀 더 게임의 특색을 잘 살릴 수 있는 장르를 언급해주는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