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st Century Game Archive

게임에 대한 소소한 고찰

[붕괴: 스타레일] 강한 흡입력은, 독이 되었을 때 더 치명적이다.

츤곰 2025. 11. 13. 13:45

※본 글의 가독성은 PC에 최적화 되었습니다※

본 글은 붕괴 스타레일 엠포리어스 파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든 내용은 작성자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임을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게임의 재미는 단순히 신나는 음악이나 경쾌한 액션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는 단순히 게임을 게임으로 재밌게 즐기는 것을 넘어, 그것에 몰입하고 완전하게 동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심에는 2020년 전후반을 기점으로 불어난 서브컬쳐 장르의 영향이 컸다. 이전에도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한 감동적인 게임이나, 스토리의 완성도로 고평가를 받은 게임은 많았다. 하지만 서브컬쳐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필자가 최근 계속해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더 이상 서브컬쳐 장르에서 게임의 재미나 아트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서브컬쳐 장르를 막론하고 수집형 RPG 장르 자체가 Free to Play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우선 게임을 맛보고 지갑을 열지 말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 게임의 재미나 아트보다는 게임 속 서사와 인게임 캐릭터의 매력이 해당 선택의 척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이 요소들은 곧 되돌아가 게임의 근본인 재미로 이어진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궁극적인 요인은 최근 결말로 인해 갑론을박이 이루어지고 있는 붕괴 스타레일이다. 처음 엠포리어스의 결말에 대한 논쟁을 처음 보았을 때, 느꼈을 때 처음으로 들었던 생각은 33원정대의 시나리오 호불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그리고 두번 째는 최근 게임계에서 시나리오의 결말로 인해 이렇게 불탔던 적이 있나 싶었던 점. 물론 카제나는 눈치 챙기고 빠져있도록.

 

두 시나리오의 문제라고 지적받는 부분의 교집합은 무엇일까? 바로 유저를 납득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초중반부 스토리가 흡입력 있게 잘 뽑혔을 때 더더욱 심각해지는 문제이다. 33원정대는 유저들로 하여금 세상의 종말을 막아내야한다는 인류의 사명감을 가지고 여정을 떠난다. 붕괴 스타레일은 엠포리어스라는 행성을 중심으로 황금의 후예들과, 나아가 키레네와 함께 아이언툼을 막고 밝은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한 여정을 그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33원정대는 영웅 서사와 사명감이 사실은 한 가족의 그림 속 이야기와 펼쳐지는 철학적 이야기로 바뀌자 이를 급전개이자 강요로 느끼는 유저들이 발생했다. 스타레일 같은 경우에는 지속적인 해피 엔딩 빌드업과 동행 임무를 과감하게 메인 스토리로 빼는 결단으로 엄청난 분량의 이야기와 함께 유저들에게 서사 부여 및 캐릭터 매력을 엄청나게 주입해 두었다. 하지만 유저들이 정들고 매력을 느낀 캐릭터들은 반쯤 사망선고를 받고 키레네는 영원한 윤회로 돌아가는 결말을 맞이했다.

 

유저들은 결말에서 응당 자신이 상상하는, 혹은 빌드업을 통해 전개를 예측하고 이를 납득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하지만 두 작품은 훌륭한 연출과 흡입력 있는 시나리오를 가지고도 마지막 단추를 맞추지 못해 평가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특히나 붕괴 스타레일의 경우는 문제가 좀 크다. 10개월이나 되는 분량을 행성 하나에 투자했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캐릭터를 새롭게 선보였다. 엠포리어스를 진행하면서 나왔던 시나리오의 문제점도, 이 캐릭터들을 전부 조명하고 서사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삐걱거린 것이었다. 엠포리어스는 인간찬가라는 대주제 안에서 결국에는 캐릭터 놀음이었다고 볼 수 있다. 각 버전마다 새로운 황금의 후예가 등장했고, 그들은 이번 여정에서 개척자와 어떤 접점이 있고, 엠포리어스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어떠했으며, 그들이 가진 사명감과 서사들이 세밀하게 조명되었다. 그리고 그 대가와 수단은 동행임무를 삭제하고 메인 스토리에 편입시키면서 방대하게 늘어난 스토리와 대사량으로 돌아왔다.

 

 

 말을 정리해서 이야기함과 동시에 조금 강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엠포리어스의 시나리오는 캐릭터의 매력과 엠포리어스라는 큰 서사 아래 그 캐릭터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와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바라보는 것이 전부인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10개월에 넘게 풀어내었다. 연출 역시 훌륭했다. 트리비의 퇴장, 에버나이트와 키레네의 매력은 타 게임과 비교해보아도 누군가는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연출과 캐릭터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간찬가라는 대주제와 걸맞지 않는 결말을 맞이 한 것이 큰 독으로 작용한 것이다. 보통 시나리오에서 인간찬가는 또 다른 키워드들과 접목 되어 사용된다. [성장] [극복] 등과 같은 키워드들과 같이 사용되는데, 이는 보통 해피 엔딩과 접목되는 키워드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찬가라는 큰 틀을 사용하면서 해당 엔딩을 낼 것이었으면 조금 더 많은 배려가 필요했을 것이다. 물론 거대한 빌드업 속에서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키레네 하나만 리타이어 시키고 황금의 후예들을 전부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시켰다면 이정도의 반발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누누히 말하지만 비극은 비극이기 때문에 비판 받는 것이 아니다. 그랬다면 이 세상에 새드 엔딩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시나리오 라이터 입장에서 이런 먹먹하고 찝찝한 엔딩이, 추후에 있을 개척 여정에서 계속해서 엠포리어스 이야기를 곱씹게 만들고 가슴 한켠에 남게 만드는 것이 의도였다면, 아주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제작진이 의도한 것이 공허한 감정이었다면, 인연과 시간이 개척이라는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해피엔딩을 맞는 것이 아닌, 때로는 새드 엔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다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NTR 장르나 후피집 장르를 볼때도 마찬가지지만, 유저가 입는 내상은 상상이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배려있는 시나리오 전개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한마디 해보는 것.

 

이번 엠포리어스는 샤오지라는 붕괴 스타레일의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인물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호요버스 게임 전체를 통틀어 이번 엠포리어스 만큼 캐릭터 서사와 인물의 매력을 흡입력있게 전개하고 그에 걸맞는 연출을 보여준 것은 엄청난 강점이자 호평 받아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제는 중국 게임의 특징이라고 정립될 정도인 직관적이지 못한 텍스트. 이는 해석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주고 실마리가 맞춰졌을 때 큰 도파민을 주지만, 결국 이해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듀엣 나이트 어비스가 시나리오에서 호평 받는 것이 이 대척점에 있다. 똑같이 플레이어블의 퇴장을 보여주었지만 해당 서사를 이해하기 쉽게, 직관적으로 풀어내었다는 것, 그래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유저가 납득하기 쉬었다는 것. 물론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퇴장 자체에 불호를 가지는 유저들은 뭘 해도 싫어했을 연출이었겠지만, 황금의 후예의 퇴장 방식보다는 훨씬 신사적이다.

 

주저리 이야기 했지만 결국 최종 아이언툼 결투의 연출이 빈약했던 것과 개척자 일행이 마지막에 품은 미래와 희망을 유저들의 감정과 일치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이번 엠포리어스의 의도가 어떠하였던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기 힘들 것이다. 결론만 놓고 말해 이번 엠포리어스에서 보여준 방대한 분량과 캐릭터 매력이라는 강점은 최종장에 이르러 최악의 역풍을 불러일으키는데 크게 일조했다.

 

엠포리어스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던 시나리오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를 조금만 다르게 풀어내었다면, 엄청난 고점을 뽑아내는 것 역시 가능했음이 틀림없다. 내가 쓰는대로의 설정, 은하열차라는 요소와 기억의 에이언즈, 빌드업과정, 요소요소 폭발적인 장치가 많았다. 특히나 내가 쓰는대로를 조금만 잘 써먹었으면 황금의 후예와 키레네가 비극적인 퇴장을 맞이하고도 은하열차로 합류시키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와 동시에 한정 가챠를 황금의 후예 전원을 풀어버리는 등의 연출을 보여줬다면 유저들 입장에서 최고의 엔딩은 아닐지언정 납득이 되는 엔딩이지 않았을까, 실제로 페그오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퇴장시키고 죽여버리고 난리부르스를 쳐도 영령소환이라는 매커니즘 하나로 꾸역꾸역 유저들 지갑을 털어먹고 있는걸 보면 더더욱,

 

필자는 엠포리어스의 시나리오가 연출이나 여러 부분이 아쉬울지 언정 잘못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공허함이 화자의 의도라면 훌륭히 해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최고의 강점이었던 캐릭터 서사와 빌드업이 맞지 않는 결말을 만나 최악의 형태가 되었을 뿐. 즉, 결말이 아닌 과정이 문제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어쨌든 유저들은 자신이 정든 캐릭터들이 책 속이나 윤회에 갇히는 것보다, 자신의 곁에서 같이 [기억]을 나누고 동행하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