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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재 게임이자, 수집형 RPG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과거가 있다.
구해야 할 세상이 너무나 많았고, 수많은 월정액과 애정캐들에 대한 과금을 부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조의 비약적인 성장, 듀엣 나이트 어비스라는 수집형 RPG의 새로운 시도, 그리고 스타레일을 앞세워 여전히 우리는 서브컬쳐의 선두주자라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호요버스. 듀나어를 집어먹으면서 다시 분재 게임에 대한 열정이 타오른 듯하다. 사실 매일 물 주다가 귀찮아서 식물이 죽으면 또 나중에 식물 키우던 시절엔 좋았는데 라고 도돌이표 마냥 돌아가는게 사람 아니겠는가?

잡설이 길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스타레일에 복귀했다. 라파 출시 직전에 접은 나에게 우수수 밀린 컨텐츠들이 쏟아졌고, 눈에 들어온 신규 컨텐츠는 화폐전쟁이라는 컨텐츠였다.
화폐전쟁은 오토체스에서 출발된 오토배틀러 기반 장르의 미니게임이다. 특이사항으로는 PVE이며, 게임에 출시된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이 기물이 되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캐릭터들의 스킬 기믹을 이용하여 시너지를 맞추게 된다.
이런 구성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다.
우선은 기존의 격파 파티나 추공 파티에서 사용되던 캐릭터들은 그대로 격파와 추공에 관련된 시너지 기물로써 등장하여 기존 스타레일을 즐기던 유저들이 시너지를 구성하는데 어렵지 않도록 접근성을 낮추었다.
두번째로는 보유하지 않고 있는 캐릭터도 기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에 시뮬 우주에서 시도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보유하지 않거나, 육성이 완료되지 않은 캐릭터는 체험이라는 명목으로 어느정도 기반에 오른 세팅값으로 사용해볼 수 있게 해준다. 추가로, 체험보다 강력하게 이미 육성을 완료한 유저는 육성된 상태로 기물을 사용하게 해주어 캐릭터를 키운 것에 대한 리턴값을 충분히 제공한다.
세번째로는 역시 PVE라는 점이다. 스타레일에서 처음 오토배틀러 장르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존재한다. 실제로 화폐전쟁 컨텐츠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질문하는 커뮤니티 글이 상당한 것을 볼 수 있다. PVE이기 때문에 유저가 충분히 기물과 시너지, 판단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주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간에 중단할 수 있다. 최근 게임 시장에서 한 판에 오래걸린다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 생각해보면 이건 오토배틀러치고는 꽤 장점이 될 수 있다.
자,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그렇다면 진짜 화폐전쟁은 잘 만든 웰메이드 컨텐츠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참신한 시도이긴 했고, 장점도 많은 컨텐츠이나 여실하게 부족함을 드러낸 컨텐츠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오토배틀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은 부분이 너무나 많이 보였다.
단점에 대해 언급하기 전, 본인은 어느정도 화폐전쟁의 고난이도를 체감했다는 것을 인증하며, 화폐전쟁이 쉽다면 여러분의 게임 실력이 월등히 높은 것이므로 본 글을 가볍게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님 겜 좀 치는듯
일단 첫번째로, 오토배틀러 장르로 피해량에 대한 도파민, 즉 영수증을 보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점. 더 나아가 단순히 영수증을 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영수증을 보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채택한 요소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기존의 오토배틀러 장르의 핵심은 기물을 모아 시너지를 구성하는 것이고, 해당 기물들의 전투를 보고 오는 도파민을 얻는 것이다. 화폐 전쟁의 방향성 역시 마찬가지다. 기물들로 시너지를 구성하고, 적을 격퇴하는 것. 하지만 문제는 기존 오토배틀러 장르 게임들은 격퇴하는 것이 동일한 스펙의 기물 VS 기물 베이스였다는 것이다. 화폐 전쟁은 PVE를 채용했기 때문에 이 적이라는 것이 기존 스타레일의 몹들과 보스들이 기용되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지만, 문제는 기존 턴제 전투 베이스에서 차용한 단순 스펙 뻥튀기를 통한 난이도 상승, 유저에게 고비를 주기 위해 만든 접대 기믹 혹은 디버프 기믹마저 그대로 들고 왔다는 것이다. 이는 후술할 문제점들과 시너지를 일으켜, 화폐 전쟁이라는 컨텐츠의 완성도를 깎아 먹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다.
둘째, 턴제 베이스로 개발된 게임 시스템을 오토배틀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들이 산재한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다. 적 중에 등장하는 페나코니 TV들. 이 TV들은 피격 시마다 아군에게 디버프를 거는 공격과 버프를 주는 공격을 전환할 수 있다. 아군의 행동을 적절히 분배 시켜 TV를 무조건 공격하거나, 건드리지 않도록 유도한 기믹이다. 턴제 전투에서 아군의 턴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훌륭한 기믹이다. 하지만 화폐전쟁에서는 수동 전투를 택하더라도 후방 아군을 조절할 수 없다. 쿠쿠리아나 스바로그 같은 보스들은 어떤가? 두 보스 모두 잡졸을 소환한다. 턴제 베이스에서는 잡졸을 처리할지, 보스를 극딜할지 유기적인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토배틀러 장르로 바뀐 화폐 전쟁에서는 이런 부분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여지가 부족해졌다. 극단적인 예시로 제어할 수 없는 아군 후방 딜러인 연경 같은 케이스. 자꾸 보스가 소환하는 잡졸에 딜을 우겨 넣거나, 먼저 격파하는 게 좋은 잡졸이 아닌 다른 잡졸에 공격을 박아 넣어 클리어 타임이 밀리는 경우를 더러 겪었다.
기존 오토배틀러 역시 랜덤 타겟팅이지만, 적 필드의 배치를 보고 어거지로 아군을 잡고 싶은 적군 위치로 배치해 어느정도 케어 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는 존재했다. 애초에 “오토”배틀러에서 그런 것들을 기대하는 것이 어려운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원래 가능했던 것이 장르의 변화로 불가능해지면서 생긴 새로운 불쾌함이라고 해석하면 얼추 맞을 것이다.
자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저 문제점과 고난이도를 만들기 위해서 넣은 기믹들이 불쾌한 시너지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스펙 뻥튀기로 떡칠이 된 상위 티어, 깨라는 것인가 의문이 들 정도의 조우 4단계, 특정 덱을 강요하는 디버프 기믹들이 시너지를 일으켜 한번 삐끗하는 것이 전투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줄 때가 가끔 있다. 낮은 난이도에서는 TV를 몇 번을 맞던 잡몹에 공격이 빨리던 말던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번째로는 기물을 운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기존 오토배틀러는 인게임 내에서 캐릭터의 등급이 올라갔을 때, 캐릭터가 얼마나 강해지는지 직관적으로 수치를 제공한다. Ex) 1/3/5개의 창을 던집니다. 하지만 화폐전쟁은 이런 정보가 직관적이지 못하다. 캐릭터 도감을 열어봐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캐릭터를 1성에서 3성으로 올렸을 때 증가하는 기초 스탯과 후방 배치 캐릭터에 한해 성혼과 광추 정보만 보여준다. 정작 궁금했던 것들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시로 서포터들의 등급이 상승했을 때 버프량이 늘어나는가? 필자는 화폐전쟁 중반부쯤 되는 티어에 올 때까지 서포터 2성 찍으면 버프량이 늘어나는 줄 알고 있었다. 즉, 고난도에서 딜 모자라다고 서포터 2성을 찍는 행위가 하등 쓸모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중간에 의구심이 들어서 도감이랑 이것저것 다 뜯어보고 난 뒤에 알았다. 게임을 라이트하게 즐기는 유저들은 충분히 혼동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후방 캐릭터들 기믹 구분하는데도 꽤나 시간 걸렸다. 무엇보다 이거 도감에서 까보거나 직접 써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전방 기믹인지 후방 기믹인지 알 방법이 없다. 복귀 유저라서 엠포리어스 캐릭터와 페이트 콜라보 캐릭터들에 대한 이해도가 없었던 나는 더욱이 이런 기물들에 대한 안내가 중요했는데 기물들 특성 파악하는데 너무 애먹은 기억이 있다.
비슷한 문제점인데, 내가 3성을 찍은 캐릭터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볼 수 있는 지표가 정말 영수증 하나뿐이다.
앞서 예시를 든 경우, 1/3/5개의 창을 던집니다 의 경우를 보면 내가 2성 기물을 운용하다가 3성 기물을 만들면 기존에 던지던 2000데미지의 창 3개를 조금 더 강한 5개의 창을 던지겠구나. 그러면 어느 정도 강해지겠네? 라는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화폐 전쟁은 주어지는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모든 판단을 경험과 감에 의존해야 했다. 이는 리롤과 연승 연패 전환 등 타이밍이 중요한 오토배틀러 장르에서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이다.
이게 초보 유저들에게 문제로 가장 크게 다가오는 순간은 3성작보다는 초중반 타이밍에 2성작을 어느 타이밍에 해야되는가? 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2성작이 지금 전황에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모르니 이자를 봐야하는 타이밍과 연승이 끊기면 안 되는 초중반 타이밍에 고꾸라질 확률이 크다. 하물며 화폐전쟁은 3라운드가 끝이고 연패 보너스가 없다보니 연승과 50킵 이자 한 두 번 받는게 후반 덱 완성에 엄청난 차이를 주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앞서 말한 문제와 연계되는 것이 바로 네번째 문제다. PVE인데도 기물 밸런스가 무너져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제레 같은 기물이 있다. 제레는 양자 공명과 벨로보그의 2가지의 핵심 기물로 운용된다. 제레의 기믹은 기존 스타레일과 동일하게 적을 처치할 시 얻는 추가 턴을 활용하는 것. 문제는 낮은 난이도에서는 잘만 썰고 도파민을 생성하던 제레가 고난이도에 와서는 정말 도저히 써먹을 수가 없는 폐급 기믹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제레라는 캐릭터의 한계라고 한다면, 써먹을 수 없는 캐릭터라는 것이 정말 잘 된 밸런스일까? 단순히 제레가 구려서라는 단순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특정 캐릭터가 고난이도에서 활용하기 힘든 것은 스펙 뻥튀기로 고점이나 저점 둘 중 하나가 낮은 기물이 활약하기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앞서 말한 등급에 따라 캐릭터 기믹에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적 체력에 스크래치를 내고 양자 스택을 쌓아야 데미지가 박히는 제레의 특성상, 적의 체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뻥튀기되는 고난이도와 3성을 찍는다고 늘어나는 것은 기초 스펙 밖에 없는 저열한 리턴값이 합쳐져 기믹 수행을 전혀 못하는 쓰레기 캐릭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태생적 기믹이 화폐전쟁에서 엄청나게 중요한데, 이 기믹 수저를 물고 태어난 히아킨, 트리비, 아글라이아를 비롯한 엠포리어스 캐릭터들은 고난이도에서 훨훨 날아다니고 있다. 심지어 고난이도 클리어를 위해서 아글덱이 아니면 리세마라를 하라는 공략이 엄청난 추천 수를 받은 걸 보면 이 고난이도+기물 기믹수저가 얼마나 망가져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즉, 턴제 베이스 캐릭터를 “기물화” 시키는 과정 자체가 시작부터 삑나버렸기 때문에 저런 처참한 기물간 밸런스가 발생해버린 것이다. 다른 컨텐츠도 아니고, 시뮬 우주 같은 장기 컨텐츠로써 낸 컨텐츠였기 때문에 좀 더 고려해주었으면 했던 부분이라 아쉽다.
황금의 후예를 비롯한 최근 캐릭터 기물들의 성능이 좋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섯번째는 투자 전략이랑 특성 문제다. 이것은 사실 개인적인 아쉬움에 기반한 하소연에 가깝다.
오토배틀러의 재미는 무엇일까? 시너지와 기물을 잘 챙겨 뽕을 뽑는 것도 재미지만, 오토배틀러라는 장르에 빠진 유저들 중 다수의 유저가 주어지는 패와 투자전략을 유동적으로 풀어내는 스마트함과 임기응변에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일단 첫번째로, 초반 보상 라운드 전 공짜로 주는 기물들. 투자 환경을 뽑기 전에 볼 수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이제는 가장 대중적인 롤토체스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롤토체스는 초반에 기물을 몇 개 모으고 그 판의 증강을 고른다. 그래서 기존에 모아두거나 2성작이 된 기물에 맞는 증강을 고르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화폐전쟁의 투자환경은 일단 무조건 고르고 들어가야 한다. 투자환경에서 고른 테마주나 엠블럼과 전혀 맞지 않는 초기 기물들이 쏟아진다면, 굉장히 애매해진다.
투자 전략으로 낮의 반신 테마주를 집고 갔는데, 초기 기물에서 아스타와 삼포2성에 카프카가 집히는 상황.
내가 아글 히아킨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낮의 반신 엠블럼을 골랐다가 뒷패 리롤에서 낮의 반신이나 아글3성이 안뜨는 상황.
두 상황 모두 운의 영역이지만, 후자는 충분한 기댓값을 가진 상태에서 운이 없었던 것이고, 전자는 기댓값이라는 것을 전혀 측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대깨 낮의 반신 선언을 시작부터 하고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 다 운이 없는 상황이 맞지만 “선택”이라는 것을 한 순간의 “본인의 상황”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투자 전략을 적어도 보상라운드 시작 전 초기 기물을 본 후 고를 수 있었다면 본인의 스마트함을 입증하고 싶어하는 유저와, 시너지 사기를 쳐서 뽕맛을 보고 싶은 유저 두 사람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
고난이도 형성을 위해 추가되는 적의 특성. 몇몇 특성이 자꾸 기물과 덱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전방 1번 캐릭터에게 딜이 집중되는 작열. 전방 1번을 활용하는 에너지 덱들에게 굉장히 껄끄럽다. 하지만 마이데이를 위시한 HP소모 덱에서는 생각보다 껄끄럽지 않은 특성이다. 적이 7번 피격당하면 100%의 행동 게이지를 회복하는 버프. 추공덱이 굉장히 껄끄러운 특성이다. 다만 역설적으로 지딜팟에게는 오히려 괜찮은 특성일 수 있다. 이런식으로 유동적인 기물 풀이와 패 구성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오토배틀러 장르에서 특정 덱을 가는 것을 껄끄럽게 만들거나, 특정 덱의 접대라고 생각되어 대깨를 치는게 유리한 상황이 오는 것이 정말 바람직한 게임 디자인인가 싶은 부분이다. 덱 고점 뽑고 영수증 보는 것이 끝인 컨텐츠에서 덱들에 고점 차이도 있는데다가 그 덱마저 때때로 제한이 걸리는 느낌이 드니, 글쎄란 생각이 든다.
... 그래서?
체험 캐릭터라는 뉴비 친화적인 시스템까지 도입한데다가, 수집형 RPG만 즐기던 사람들한테 새롭게 오토배틀러라는 장르에 대한 입문을 시킨 점. 서비스가 길어지고 캐릭터가 늘어나는 문제들을 굉장히 영리하게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는 점에서 화폐 전쟁은 굉장히 가치가 높은 컨텐츠다. 하지만 이미 이상 중재 같은 컨텐츠로 고인물들의 엔드컨텐츠를 쭉쭉 내고 있는 상태에서, 이 컨텐츠마저 그 끝이 고난이도성 컨텐츠로 마무리되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조금 더 손봐서, 차라리 아예 도파민용 컨텐츠로 기획해서 내가 원하는, 내가 애정하는, 내가 가보고 싶은 시너지와 기물들로 손 쉽게 영수증을 볼 수 있는 컨텐츠였으면 어땠을까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드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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